
CHAP.1
절망한자의침묵은아름답다.
"..."
"흑... 히끅–, "
"하... 씨발... 내가 대체 왜..."
지하실 안쪽에선 탄식 소리가 들렸고
이미 몇몇은 지하실을 나가고 없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모두가 지하실을 나갔다.

...
"저, 플로이드 씨...?"
"..."
"저기, 플로이드 씨...!"
나는 급히 플로이드의 어깨를 붙잡아 흔들었다.
"... 아, 아 앨, 앨리스 님..?"
"휴.. 다행이다, 서서 죽은 줄로만 알았잖아요."
"..."
... 지금 상황에 그리 적절한 농담은 아니었나 보네.
"... 괜찮으십니까?"
"응? 아, 옷 찢어진 걸 말하는 건가요?
그거라면 괜찮아요, 옷만 찢긴 거니까..."
"그래도 역시, 죄송합니다.. 제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아, 아녜요. 사실 저도 그전까진
꽤 통쾌해했으니까요."
"... 옷은, 개인실에 더 있을 겁니다.
이전 조사에서 모두의 옷장에 똑같은 옷들이
여러 벌 구비되어 있던걸 확인 했습니다."
"똑, 똑같은 옷들이요...!?"
"네 다들 처음엔 놀라셨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런가요...?"
"일단은, 나가시죠. 작은 보답으로 가는 길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플로이드는 자연스럽게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 또한...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손을 맞잡았다.

"이런 경험이 많이 있는 건가요?
꽤나 익숙해 보이는데요."
"어릴 적 배운 예의입니다. 집안에서,
예의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셨거든요."
"말이 되네요. 어쨌든 레이디퍼스트, 맞죠?"
"잘 아시는군요."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플로이드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개인실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굳이 안 하셔도 됐을 텐데..."
"아닙니다. 저 때문에 다치실 뻔하셨으니,
그에 맞는 보답을 해드릴 뿐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플로이드의 얼굴엔...
죄책감이 묻어 나왔다.
"너무 마음 쓰진 마시고요, 먼저 들어갈게요.
플로이드 씨도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인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개인실 안은 은근... 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재판장을 연상하게 했고, 나의 침대는...
검사의 자리에 위치한 듯 장식되어 있었다.
모노프로그.. 꽤 괴상한 취미가 가득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가 불평해도.. 달라질 점은 없었다.
그저 옷장으로 가 새로 입을 옷을 확인하고,
꺼내놓는 것 밖엔...
난 찢어진 겉옷을 벗고 방구석에 던져두었다.
원래라면... 편한 옷을 입고 잠들겠지만
지금은 새로 지급된 편한 옷이 없었다...
오직 내가 입던 정장 밖엔...
셔츠의 윗 단추 몇 부분만 풀고서
침대에 풀썩 누웠다.

침대의 크기는 정말 컸다.
뭐, 복지로 유명한 코스모스 학원이니까..
... 큰 침대에 누워서 그런지 걱정 또한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 할까...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정말, 방법이 그것뿐일까?
... 머리가 아프다. 무언가...
단편적인 장면들이 빠르고, 짧게 지나간다.

이... 장면들은 대체 무얼까.
... 아파..
대체 뭐지...? 자꾸만... 내가...
...
그때, 내 방에 있는 모니터가 지지직거리더니..
딩~동~댕~동~

"자자~ 밤 10시입니다~!
식당의 문이 잠기니 주의하세요~
착한 초인류급들은 얼른 숙면에 들기 바랍니다!"
... 그 말을 끝으로 방송은 다시 꺼졌다.
.. 어쩌다 보니 벌써 밤 10시가 된 건가.
그 장면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걸까.
... ... ...
여기서, 자는 걸까.
이곳에 갇혀서 주어진 개인실에서...
...
...
...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저는 매년 궁금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째서 인간은 완벽한 잠을
잘 수 없는지!!!!"
"그렇기에 저는 제 소중한 이들에게
항상 물어보았지요."
" '있잖아, 있잖아.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잘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알려줘 알려줘!' "
"... ... ... ..."
"하지만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겠지만, 제게는
도통 알려주질 않았죠."
"어쩌면, 내가 싫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용.
마치 벽과 이야기하는 기분이랄까."
"상냥한 그 사람도, 꽤 괴팍한 그 사람도,
내가 가~장 아끼는 그 사람도"
"내가 싫은가 봐요. 내가 당신들을 싫어하는 거처럼?"

(모닝콜 소리.)

"자아– 자! 모두들 일어나라구~!!
망할 둥근 해가 떠버린 것이 와요!"
"얼른얼른 일어나서 할 일 하시라고–"
뚝–...
아.
부디, 꿈이길... 바랐는데.
차라리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
나는 어제 준비 한... 찢기지 않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내가 코스모스 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증거인... 문양이 새겨진 넥타이.
이걸, 꼭 차고 다녀야 할까?
라고, 고민하던 참에...
"에헤이 에헤이!!!"
"!?!?!?"
"저기 그거 항상 착용해 주겠나요!?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으면...
군인이 총을 빼먹은 거에욧!!!!!!!"
"... 뭐 이점은 따로 모두에게 공지할게,
그리고 규칙에도 추가할 거니까.
반항할 생각 말어!!"
그때, 수첩에 진동이 울렸고...
모노프로그의 말대로 규칙 항목을 보니

새로운 교칙이 생겨있었다.
... 젠장 9번 항목에 적힌 대로
마음대로 추가할 수 있잖아...?
...
어느샌가 모노프로그는 사라졌고,
결국 나는 넥타이를 착용해야 했다.

... ... ... ...
거울에 비친 내가 보였다.
혐오스럽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거울에 비친 코스모스의 문양이
혐오스러웠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더라면...
코스모스 학원 따위 오지 않았을 텐데.
... 집에 가고 싶다, 살고 싶다.
그러한 저마다의 욕구들이 머릿속에서 소리친다...

나는 복잡한 생각들을 애써, 떨치며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베릴...이었다.
"어라, 베릴 씨? 여긴... 어떤 일로..."
"아~ 그게 말이지,
다들 식당에서 모이면 어떨까 해서 말이야.
점호 같은 개념~?"
"그러니까... 아침에 누가 오지 않았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를 테니 찾아다닐 테니까~!"
확실히... 아침에 나오지 않은 인원을
찾아다닌다 하면...
...
"아.. 좋은 생각이시네요.
그럼 같이 가실 건가요?"
"아, 아니 아니~ 아직 모두한테 말한 게
아니라서 말이야. 아직 몇몇 남았고...
걔네까지 데려갈 거니 먼저 가있어!
다들 기다리고 있거든."
"네, 그럼 먼저 갈 테니 기다릴게요."
... 형식적인 말을 하고선, 난 몸을 돌려서
식당으로 향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유리문을
열고서 식당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적은 인원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 오셨나요?"
"... 네.. 근데, 분명 베릴 씨께서
사람들을 모으지 않으셨나요...?"
"그게... 그래도 아직 안 오신 분들도
있겠지만... 만남을 거부하는 분들도..
꽤 계신 거 같더라고요."
".. 하긴, 그렇겠네요..."
플로이드와, 마이카가...
눈앞에서 위협받는 걸 보았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로 나오지 않을 줄은...
"안녕–, 앨리스! 제프리!"
"앗, 여전히 힘이 넘치시네요~"
"뭐, 별말씀을! 지금은 아무 일도 없으니까.
굳이 다운되어 있을 이유도 없고..."
"물론... 지금 아예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아녜요. 그래도 에너지 넘치는 게 좋죠."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아, 베릴 씨 오셨어요?"
"응응~ 생각보다 덜 하긴 하지만,
그래도 데려왔잖아?"
"안녀엉–! 다들 잘 잤어?"
"..."
"네 이사도라 씨도 잘 주무셨나요?
수면은 정말 중요하니까요!"
"응응! 집 보단... 아니지만...
그래도 밤은 잘 잤어!"
"그러고 보니, 내 방과 오빠의 방이
연결이 되어있더라!"

"..."
"그렇다면 둘은 방을 공유하는 거구나?"
"신기방기하네요~, 그리고...
더 안전하겠어요!"
".. 그건 아닌 것 같군."
"어라, 하지만 방이 연결되어 있다면
다른 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어서 안전한 게 아니었을까요?"
릴리의 어린아이를 달래 듯한 어투가
찰스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찰스의 표정을 보니,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
"... 설명해 주지"



찰스의 말은...
반박하기 어려웠다.
어느면으로는 안전하겠지만...
여차하면 살인의 트릭이 돼버린다.
"하지만, 개인실 이외에서 취침은.."
"불가하다. 그리고...
개인실은 완전 방음이다."
"그, 그래도 난 오빠랑 같이 있는 게..."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져 갈 때,
"이러한 이야기는 사기를 저하합니다.
플로이드가, 말에 끼어들었다.
"그러니... 그러한 이야기는
잠시 묻어두는 게 어떨까 싶군요."
"욕보이고 싶진 않지만...
찰스 씨의 이야기로, 살인의 트릭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 아니, 내가 이 트릭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더더욱 덜 하지 않겠나."
"만약 이사도라나 에이든의 방에서
살인이 발생한다면 내가 말했던
트릭에 대해 더욱 이야기할 테니..."
"범인에겐 꽤나 사계겠지."
*사계:: 잘못된 심리 상태를 말한다. 경은 마음의 동요, 구는 두려움, 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의심, 혹은 마음이 방황하는 것.*
... 사계?
"저.. 사계가... 무엇인지.. 저흰..."
"... 미안하군, 다음엔 모두가 알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지."
"하지만 내가 말한 이유도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나?"
"물론이죠, 찰스 씨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전달이 옳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 플로이드와 찰스 사이에서 묘한
기싸움이 일어난 것 같다.
찰스가 말을 꺼냈을 때 보다 분위기가..
더욱... 차가워져 얼어붙었다.
"... 전, 찰스의 말에 동의해요."
"오빠!?"
"이사도라, 들어줘."
"찰스가 말한... 트릭은.. 확실하게
일어날지도 몰랐잖아요. 그리고, "
"... 만약 저나.. 이사도라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거나 그렇다면..."
"오히려 저희 남매에게서 오는 의심은
덜 했을 수도 있겠죠...
이 망할 살인게임에서... 믿어야 할 건...!"

에이든의 말이,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오, 오빠...! 하지만 나는..."
"말 걸지 마...!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
"난 유약하고... 뭣보다 신체능력도 좋지 않아.
살해당하기 딱 좋은 타깃이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아냐...! 나는 오빠를 지킬..."
"네가 날 어떻게 지킨다는 거야!?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텐데...
어떻게 확신을 하는 거야!"
"에이든 씨...! 그래도 이사도라 씨는
분명 에이든 씨를 생각하고..."
"ㅁ, 맞아~! 안 그래도 서로를 정말
아끼던 거 같던데..."
"아껴..? 아니 난 처음부터 이사도라,
네가 싫었어...!!!"
"... ... ... ..."
".. 어?"
"뭐든 제멋대로 해버리는 네가...
싫어..! 원하지도 않는 이야기들을 하게 하는..."
"네가 싫다고...!!"
"... 나, 나는.. 난..."
서로를 가장 아꼈을지도 몰랐던...
둘의 싸움이 한순간에
모든 분위기를 박살을 내버렸다.
얼어버리다 못해 깨져버렸다.
분위기나, 둘의 사이나...
"........."
에이든은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다가...
"갈래,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그러곤 식당 문을 향해 갔고,
문을 열기 전...
"앞으로 단체 활동엔, 참여하지 않을 거야.
나를 부르려는 수고는 덜해서...
좋겠네 아주... 응?"
라는, 말을... 남기고서.
이사도라를 바라보았을 때 이사도라는...

...
침묵하였다.